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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blue21
그 소리가 들렸습니다

2023년 2월 16일 그린하우스 일기를 쓰다.

박가이버가 코로나19 확진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어제는 소방 점검을 나와 어수선하더니만 오늘은 후문이 문제를 일으켜 쉬고 있는 박가이버에게 전화를 하고 난리법석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문을 밀고 나가면서 자물쇠가 노출되어 홈에 박혀 열지도 닫지도 못하게 되었다. 열쇠를 찾으니 없다고 한다. 우선 안전조치를 해놓고 들면서 자물쇠를 돌리니 정상으로 돌아온다. 뭐든지 문제를 파악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오늘도 값진 교훈을 얻게 되었다.

성질 급한 노인이 옆문에 가서 문을 열으려고 쿵쾅거린다. 아니 눈은 어디다 두고 출입구를 지나쳐 신경질을 부린다. 들어오면서 하는 말 문을 어디다 내고 어렵게 출입하느냐고 질타다. 아버님께서 문을 제대로 찾지 못하셨네요 다른 분들은 모두 여기로 들어오는데 ~~~ 미안한지 코로나 접종 증명서를 발급하러 왔다고 한다. 2층 예방접종실로 안내를 하였다. 듣는 둥 마는 둥 다시 질문을 한다. 2층으로 올라가세요. 성질 급하고, 무식하고 단순하고 노인들은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 하겠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12번째 이야기 알베르 카뮈의 전락을 읽으면서 회한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무력감을 반추도록 만드는 때늦은 후회, 스피노자는 회한이란 희망에 어긋나게 일어난 과거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라고 하였다.

회한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과거와 달리 더 이상 무기력하고 비겁한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과연 그럴까? 정말로 성숙하고 강해졌다면, 결코 회한의 감정이 유령처럼 따라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지금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과거지사는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로 기억될 테니까 말이다.

"그날 밤, 나는 풍루아얄을 건너 센 강 왼편에 있는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지요. 자정이 지나 1시였는데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 이 다리 위에서, 나는 난간 위로 몸을 숙이고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한 형체 뒤를 지나갔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검은 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젊은 여자였습니다. 거무스름한 머리카락과 외투 깃 사이로 비에 젖은 싱그러운 목덜미가 눈에 확 띄었지요. 이것이 내 감각을 자극했습니다만 약간 망설이다가 가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그리고 다리 끝에서 당시 살고 있던 생미셸 방향 강변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약 50미터쯤 갔을 때, 그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이 강물로 뛰어드는 소리였지요. 꽤 먼 거리였지만 밤의 정적 탓에 그 소리가 내 귀엔 엄청나게 크게 들렸습니다. 우뚝 걸음을 멈췄지요. 하지만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거의 곧바로 외마디 비명이 들렸고 몇 번 더 이어졌지요. 이 소리 역시 강으로 내려갔고 뚝 끊겨 버렸습니다. 갑자기 굳어 버린 어둠 속에 침묵이 흘렀고, 이 침묵은 끝없이 지속될 것만 같았습니다. 달려가고 싶었지만 몸뚱이가 꼼짝하질 않는 겁니다. 추위와 충격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던 것 같아요. 속으로는 빨리 가봐야 한다고 되뇌었지만 저항할 수 없는 무력감이 온몸으로 퍼지는 듯했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너무 늦었어, 이미 늦은 거야.' 라거나 아니면 그 비슷한 말이었을 겁니다."

"나는 상갑판 위에 있었습니다. 갑자기 저 멀리 검푸른 바다위에, 검은 점 하나가 보이더군요. 얼른 눈길을 돌려 버렸으나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못해 고개를 돌려 다시 보았을 땐 검은 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하마터면 바보같이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할 뻔했던 거지요. 그런데 그 순간, 그 점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알고 보니 배들이 지나가면서 버린 쓰레기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차마 이것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즉시 익사자가 연상되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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