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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생각하며 글을 쓰다
갈치조림을 먹으면 그녀와의 추억 속으로 들어간다


 어느 토요일 나는 무작정 길을 떠난다. 특별히 가야할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얼마 전 그린 하우스로 집을 옮기고 나서는 비좁은 공간 때문에 답답하여 집에 있을 수가 없다. 아침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까 아니면 친구들 얼굴이라도 보려고 고향길을 택할까 D아무  결정도 하지 못하고 무작정 차고로 걸어본다. 모닝에 올라타자 그래 고향길을 가볼까 어지럽던 마음이 정리가 되고 나는 어느새 중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운전을 하면서 문득 내가 만난 잊지 못할 한 사람은 누구인가 생각을 해보았다. 영상처럼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유독 나의 마음을 빼앗아 가는 사람은 그녀였다. 그녀는 나의 안식처이며 나의 지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오직 한 사람 나의 그리운 어머니  그녀이다.

 

 그녀와 나는 인연이 참 많다. 5남매 중 중간인 나와 제일 오래 살았고 언제나 가까운 거리에서 나 또한 그녀를 돕고 응원을 하였다. 그녀 또한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 수가 있었다. 그녀는 나를 300일 동안 몸속에 품고 있다가 이 세상을 보게 해주셨다. 나는 이 땅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었다. 그녀가 나를 잉태하였을 때 몸이 아파서 도저히 나를 잉태하기에는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나를 제거하기 위해서 독초 같은 약을 달여 먹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나를 지우는 작업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떨어지지 않고 모질게 그 고난을 이겨내고 이 땅에 태어났으니 제대로 태어났겠는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하여 그녀로부터 항상 요주의 인물로 낙인이 찍혔다. 그래도 그녀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 초등학교 6학년 동안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그녀와 함께 시골 장터와 교복 매장에서 싸구려 교복을 구입하여 중학생활을 하게 된 일, 어느 여름 방학 갑자기 그녀의 고향에 가자고 나를 데리고 멀고도 험한 고향길을 택하여 다녀온 일, 밭일을 할 때면 언제나 나를 데리고 다니며 일을 함께 하였던 일, 겨울이면 친구들이 연을 날리고 토끼몰이를 하고 스케이트를 탈 때 항상 밥상을 펴놓고 콩나물 콩을 고르게 하셨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지만 왠지 그녀가 밉지도 않으면서 따뜻하게 다가온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취업을 하기 위해 서울행 밤차를 탈 때에 잘 다녀오라고 하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울고 계셨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 일, 겨울방학이면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캄캄한 새벽에 길을 떠나 15리 고내곡 성태봉을 넘어 나무를 해오면 수고했다고 안아주었던 일, 그녀와의 일상이 한 편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성인이 되어서 논산까지 출퇴근 할 때 매일 사랑의 도시락을 싸주셨던 일, 호기심과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내어 유치장에 갇혔을 때 제일 마음을 아프게 하였던 일, 퇴근이 늦어 집에 도착하면 언제나 아랫목에 따뜻한 밥을 품어두었다가 아들 밥 먹었어, 밥 먹어야지늦게까지 수고하였다고 다정하게 말씀하시던 그녀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려오는 것 같다. 깨끗한 집을 지어 마음 편하게 모시려고 하였으나 "인명은 재천"이라고 조금 살만 하니까 하나님이 부르셔서 (재생불량성빈혈) 54세의 젊은 나이로 천국으로 이사를 하는 그날까지 하루 한 날 편안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갖고 있는 재능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과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떠난 것에 대하여 그녀를 그리워할 수 있어 감사하다.

 

 길을 떠나 도착한 시골 고향집 아침 밥상에 형수님께서 차려주신 반찬에 그 때 그 시절 그녀가 차려준 갈치조림, 김치콩나물국이 올라와 그녀를 생각하며 형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은 김장김치를 담글 때 돼지고기 수육을 준비하여 일하는 사람들과 먹지만 그 때는 무우가 들어간 갈치조림이 최고의 밥상이었다고, 특히 갈치조림은 5월 모내기를 할 때와 김장김치를 담글 때 먹는 갈치조림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고, 언제 어디에서나 갈치조림을 먹게되면 그때 그 시절 그녀와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 맛을 음미하게 된다.

 

 그녀는 나에게 어떤 분이셨을까? 그녀는 5월의 탄생석 에메랄드 행복한 아내를 의미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그런 분이 아니었을까? 5월에 태어나 생일을 하루 앞두고 5월의 대지의 여신으로 돌아갔으니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언제나 그녀를 만나러 떠나는 고향길 5월의 고속도로는 높게 솟은 파란 하늘과 좌우 일렬로 세워진 초록의 나무들로 눈을 시원하게 해주어 지루하지 않고 기분 좋은 여행을 동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꿈 속에서 그녀와의 여행을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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